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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풀리는 가족문화/▶가정의 감동

"어느 간호사의 짧은 이야기"

낚시천국 2008. 12. 12. 13:04

"어느 간호사의 짧은 이야기"


대학교 4학년 때 암 병동으로 실습을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있었던 곳은 그 중에도 소아 병동이었지요.
무서운 암과 싸우는 환자 중에
유난히 눈이 동그랗고 창백한 피부를 가진
여섯 살 된 꼬마 아이가 있었습니다.

"지혜야, 언니가 동화책 읽어 줄까?"

"……."

"그럼 지혜가 언니한테 노래 하나 불러 줄래?"

"……."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별 반응이 없는 아이였습니다.
주사를 놓을 때도 아픔을 애써 참고 있는 듯했습니다.

부모가 이혼을 해서 할머니만 가끔 병문안을 와 줄 뿐인 지혜.
엄마는 새로 시집을 갔고,
아빠는 중동으로 떠나는 바람에 꼬마의 병실에 찾아오는 사람은
오직 나이 드신 할머니 한 분뿐이었습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할머니가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대주던 병원비는 할머니가 쓰러지는 바람에 끊기게 되었고,
병원장이 지원하던 보조금조차 원장이 바뀌는 바람에
더 이상 지급이 안 되어
어쩔 수 없이 퇴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몇몇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퇴원을 앞둔 지혜를 위해
병실에서 조그만 송별 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 애가 너무 안쓰러웠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선물다운 선물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가 한 가지 꾀를 내었습니다.

"지혜야, 여기 백 원짜리, 천 원짜리, 만 원짜리 중에
네가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걸 하나 줄 테니 뽑아 봐."

그 방에 있던 우리 모두는
지혜가 만 원짜리 지폐를 집을 줄 알았는데,
주저하지 않고 백 원짜리 동전을 집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혜야, 아직 어떤 게 큰지 모르는가 보구나.
이 중에는 만 원짜리가 제일 좋은 거야.
동전 대신에 이걸로 가지려무나."

라고 제안하자 아이는,

"저는 이 동그란 백 원짜리가 제일 좋아요.
백 원짜리는 멀리 있는 우리 엄마와
얘기를 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그 이야기를 듣자 병실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자기 호주머니에 있던 동전을 있는 대로 털어서
아이에게 주고 말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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