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상이 자주가는곳

▣잘 풀리는 가족문화/▶가정의 감동

청소부 아주머니

낚시천국 2008. 12. 12. 11:11






내가 30대 초반의 나이로, 어느 한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을때였다.

주문한 설렁탕이 배달되자 사무실 사람들은 식사를 하려고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김대리가 청소하는 아주머니의 팔을 끌며 안으로 들어왔다.


"왜 거기서 혼자 식사를 하세요. 우리도 식사를 하려던 참인데같이 하시면 좋잖아요.

이리 앉으세요." 김대리는 도시락을 손에들고 멋쩍어 하는 아주머니를 기어코 자리에 앉혔다.

"아니에요 저는 그냥 나가서 혼자 먹는게 편한데......." "아주머니 저도 도시락 싸왔어요 이것 보세요"


정이 많은 김대리는 아주머니의 도시락을 뺏다시피 해서 탁자위에 올려 놓고는 자신의 도시락을 나란히 꺼내놓았다.

주머니가 싸온 반찬통에는 시들한 김치만 가득했다.

숫기가 없는 아주머니는 자신이 싸온 반찬이 창피했는지 고개를 숙인채 조심스럽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김치 참 맛있네요 아주머니!" 김대리의 말에 아주머니는 소리없이 미소만 지으셨다.

다른 동료들도 아주머니가 싸온 김치를 맛나게 먹었지만 난 단 한조각도 입에 넣지 않았다.

난 왠지 그 김치가 불길해 보였다. 밥을 다 먹고 나자 난 아주머니 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출근할때 아내가 보온병에 담아준 율무차를 아주머니에게 주었다.

종이컵에 따르면 두잔이 나오지만 머그잔에 가득 따라 난 먹지 않고 아주머니에게만 주었다.

아주머니는 거듭 사양했지만 결국 나의 성화에 못이겨 율무차를 마셨다.


아주머니는 율무차를 마시는 내내 벽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근데 제가 다 마셔서 어떻하지요?"

"아니에요." 아주머니는 내가 준 율무차를 조금도 남김없이 다 마시고는 진심으로 고맙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머그잔을 씻어다 준다며 밖으로 나갔다. 그날 7시쯤 집으로 돌아온 나를 보자마자 아내가 대뜸 물었다.

"아침에 가져간 율무차 드셨어요?" "그럼." "어쩌면 좋아요 맛이 이상하지 않았어요?"

"왜?" "아니 글쎄 율무차에 설탕을 넣는다는게 맛소금을 넣었지 뭐에요." 나는 아내의 말에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청소부 아주머니가 싸온 김치를 내가 불결하다고 생각할때 아주머니는 소금이 들어있는 짜디짠 율무차를 마셨다.

조금도 남기지 않고 몇번이고 맛있단 말을 되풀이 하면서...

그 날밤 나는 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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