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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풀리는 가족문화/▶가정의 감동

아내에 대한 시 모음

낚시천국 2008. 12. 12. 10:47





아내에 대한 시 모음


신부여

  碧波 김철진

 
신부여, 당신의 부끄럼 피는 마음에서 비롯하여
귀뿌리 발그레 두 볼로 번지는 수집음이 고옵다.

봄하늘 가을 능금의 속살인들 어찌
당신의 맑은 눈매 하이얀 살결만 하랴
금가락지 빛나는 손가락으로
검은 머리칼 올올이 빗어 넘기고
나비 나래 꽃가루 날리는 소래로 옷을 벗어라.

신부여, 첫눈 밟는 소녀 같은 가슴으로 일어오는
몽롱한 빛깔의 향그러운 냄새는 무엇이냐.

어서 청동의 촛대에 밀초 곱게 타는 불을 불고
복사꽃 속삭임으로 우리만의 밤 사랑을 밝히자
더불어 화음으로 부드러운 몸짓하며
영원으로 이어지는 파란 생명의 노래를 부르자.

신부여, 태초의 꽃이 열리는 소리와 빛깔로 하여
비로소 우리는 진실로 둘이서 하나가 된다.

이제 나의 영혼은 맑고 푸른 바람으로 일어
이슬 궁그는 당신 영혼의 꽃잎으로 불어 가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자리에서 빛살은 눈떠
우우 기쁨으로 가득한 아침으로 일어선다.

사랑하는 나의 신부여.


1979.5.5(토)
시집 <아랑아 옷 벗어라>에서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碧波 김철진

 
연중 행사로 이사를 다녀
주민등록표에도
더 적을 주소의 공란이 없는데
저승 가는 데 순서도 없다는
불혹을 더 지나서
이 꼴난 연립 한 칸 마련해 놓고
스스로도 모르게 흘렸던 눈물
아내여 이제 당신 원대로
대문보다 큰 문패 하나 달고
남한강 큼직한 돌멩이 몇 개 물어다가
해도 달도 구름도 바람도
머물며 쉬다 갈 우리의 정원을 꾸미자
잎새 늘 푸른 사철나무와 노간주나무도 심고
보랏빛 라일락과 백목련도 심고
대바람 소리도 흐르게 하고
고향 참새도 와서 놀게 하고
부루씨 배추씨도 빈터에 뿌려
김 매고 물 주며 남새도 가꾸자
이 조고만 우리의 왕국에서
가난하더라도 늘 웃으며
밝고 거짓없는 우리의 삶을 가꾸자
아내여.

*부루:'상추'의 순수한 우리말.


  1987.4.7(화)



  마누라에게


  碧波 金哲鎭


이보게 마누라
사랑은 가고 정으로 사니
자네나 나나 이제
우리 오랜 친구 아닌가

살아있음도 축복이요
빈 주머니도 여백인데
아들 딸도 잘 자라니
무어 부족한가

허니 마누라
늘 넉너억하게
하늘처럼 넉넉하게 그리
욕심 버리고 사세

 
  SA-981003




  부    부


  碧波 김 철 진


아내여 우리는
엇비껴 스치는 바람이 아니다
서천(西天)으로 흘러가는 구름이다

얇고 고운 면사포 안개구름이다가
희고 어둔 얼굴의 뭉게구름이다가
푸른 하늘 명주실 새털구름이다가
끝내는 헤어져 스러질 이승

해 뜨면 서로의 자리에서 흘러가며
삶의 시계 바늘 돌리다가
노을 붉게 사르고 어둠 오면
다시 하나의 둥지로 모여 들지만

알살 부끄럼 없이 나란히 누워도
11이란 숫자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아내여 우리는
끝내 하나일 수는 없는 숙명의 부부


  2002.1.13.日 ㅡ 꿈끝에서




  여자라는 이름의 내 아내는

  碧波 金哲鎭


여자라는 이름의 내 아내는
내 삶의 문장 부호다

무지갯빛 사랑의 느낌표이다가
징소리 굿판 칼로 물 베는 정으로
때로는 물음표 줄임표이다가
오해로 이해로 눈물로 웃음으로
수없이 찍고 지우는 쉼표이다가

내 삶 한 편 시(詩)의
맨 마지막에 찍을 하나 마침표다

여자라는 이름의 내 아내는


월간 '문학세계'(2002.8. 통권 97호) 발표
2002.1.29.火



  아  내


  碧波 김철진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기억이 없다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 들은 기억도 없다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말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던가
우리는 일찍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다
당신 눈에 말없이 눈물 아프게 고이면
내 가슴에서 당신의 눈물 흘러내렸고
당신 얼굴에 웃음 환히 피어나면
내 가슴에서도 환하게 웃음 번졌다
당신은 그러면 내 가슴의 눈물도 웃음도
어떤 말보다 더 진하게 가슴으로 느꼈었다
우리에겐 그래서 아무런 말도 필요없었다
서로의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었을 뿐
그래서 우리는 말보다 표정에 익숙해져 있다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하늘 가르는 번개와 천둥에도 놀라지 않았다
모두들 행복한 웃음을 웃을 때
우리는 가슴으로 울고 있었어도
행복한 웃음 웃을 때 있으리라 믿었기에 결코
우리는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당신은 이미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부부의 삶이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를
가슴 속으로만 당신 흘린 눈물 그 얼마였으랴
그래도 당신이 웃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사랑한다는 말을 서로에게 하지 않은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바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는 그 말보다도 더 진하게 우리는
눈빛으로 말하고 가슴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W-021211




  아내에게


  碧波 김철진


백수에게도 휴일은 있고
여인에게도 휴일은 있어
전화 한 통화 없는 일요일
홀로 전국노래자랑을 듣본다

떨어져 있어야
그리움을 아는가
세상 그 많은 여인들 중
하나 나의 아내여

가수 주현미의 눈꼬리에 그려진
여러 개 주름살을 보면서
왜 내 가슴 이리도 뭉클하게
갑자기 당신에게 미안해지는지

스물다섯 곱던 얼굴이
삶에 부대끼며 아픔만큼이나
주름 늘었을 당신이 생각나
내 가슴 시방 눈물로 서럽다

사랑한다는 말 한 적 없듯이
미안하다는 말도 내 않을란다
그래도 알 게다 당신은
하지 않는 내 가슴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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