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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오해와 진실

낚시천국 2010. 3. 15. 10:40

라면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지 15년, 대한민국 라면의 역사 47년 중 3분의 1가량을 몸소 지나쳐온 셈이다.

그 과정에서 고객들이 쉽게 오해하거나 간과해온 재미있는 사실들을 부족하나마 과학적 근거와 노하우를 동원해

'라면학 개론'을 서술해 보고자 한다.

 

■ 라면의 기원과 어원
대게 라면의 기원은 두 가지 설로 압축되는데, 중국과 일본의 기원설이 그것이다.

아무래도 면의 종주국이 중국이다 보니 중국을 먼저 생각하는 것도 틀리다고 하긴 어렵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는 인스턴트 라면의 유래는 일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안도모모후쿠'라는 분이 튀김의 요리과정을 보다가 면에도 이런 조리법을 접목해 오늘날 라면의 시초를 만들었다.

 

몇 해 전 작고한 '안도모모후쿠'씨는 일본의 대표적인 라면회사인 '닛신'의 회장으로 2006년 세계라면 포럼때

우리나라에도 방문한 적이 있다.
인스턴트 라면의 어원 역시 중국어 '라미엔'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미엔'은 면발을 뽑을 때 가닥수를 늘려 뽑는 면을 일컫는다. '라미엔'이 일본으로 건너가 '라멘'이 되고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라면'이라는 호칭을 갖게 된 것이다.

■ 쉽게 할 수 있는 오해
흔히들 라면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이 '쓰던 것을 계속 재활용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오해를 하신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절대 그렇지 않다. 라면은 면발을 뽑고 스팀으로 익힌 다음 식용유지로 튀겨지게 되는데

이 공정에서 어느 정도의 기름기가 묻어나게 된다. 그 부족분만큼 매번 새 식용유를 보충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유탕과정은 항상 일정한 수준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라면의 노르스름한 색상 역시 튀겨지는 기름에 대한 의심을 갖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브랜드 마다 하얀색에서부터 노란색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채도를 띄고 있다.

가끔 노란색의 라면은 기름기를 많이 머금었다거나 재활용한 기름을 사용했다는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이 역시 잘못된 추측이다. 하얀색은 밀가루의 색상이 반영된 것이며,

보다 노란색 쪽으로 기운 것은 일종의 천연색소 때문에 그렇다.

 

식감을 살리는 기능으로 사용한 것인데, 색소라니까 좀 거부반응이 일겠지만 천연색소니 거부반응까지 보이실 필요는 없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알아본 결과 그 원인은 '카로틴'과 '리보플라빈'이라는 성분을 대체로 사용하고 있다.

당근을 보면 붉거나 노란 빛이 도는데 그게 바로 '카로틴' 성분 때문이다. 이 '카로틴'은 우리 몸속에서 비타민A로 바뀐다.

또한 '리보플라빈'은 라틴어로 '노랗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동시에 비타민B2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렇게 본다면 라면에서도 조금이지만 비타민A와 비타민 B2의 순기능을 기대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컵라면이 봉지라면보다 빨리 익는 이유는?
팔팔 끓는 물에 4~5분씩 끓이는 봉지면에 비해 끓인 물을 붓기만 하면 3분 안에 조리되는 컵라면에 숨은 비밀은 뭘까?

정답은 면 반죽에 포함된 전분 때문이다. 전분의 특성중 하나는 70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익는다는 것인데,

이런 성질을 이용해 컵라면이 태어난 것이다. 작은 아이디어를 첨가해 생활의 편리함과 신시장 창출을 동시에 이뤄냈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교롭게도 컵라면 발명 역시 고인이 된 '안도모모후쿠'씨의 업적이다.

일본이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라면을 꼽는 이유를 알만 하다.

■ 면발이 꼬부라진 이유는? '작지만 큰 거인'을 만들기 위해!
첫째, 포장의 용이성이다. 뭉쳐진 면발은 파손이 적고 좁은 공간에 많은 양이 들어간다.

꼬불꼬불해 지면서 경제성을 배가하는 것이다. 더불어 5~6개월에 이르는 유통기한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튀겨지는 과정에서

수분을 빨리 증발시켜야 하는데, 이때 빠른 수분의 증발과 유지와의 치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꼬불꼬불한 면발 사이의 공간이다.

그렇다면 그런 면발의 모양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일까?

이것은 아주 간단한 원리로 속도가 다른 두개의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다.

처음 반죽된 면이 직선의 형태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오면 바로 밑의 다음 컨베이어 벨트로 떨어지게 되는데,

두 번째 벨트의 속도는 처음 것과 비교해 매우 낮다. 따라서 면발은 일종의 정체현상을 겪게 되고 꼬불꼬불하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면발을 일렬로 세워 길이를 잰다면 얼마나 될까? 아이 같은 발상일지 몰라도 궁금함에 직접 재 보기로 했다.

쉽지 않은 일인 것은 라면 종류마다 굵기나 가닥수, 한 가닥의 길이, 전체 중량이 각각 달라 변수가 많았다.

그래서 대략적으로 우리가 얘기하는 120g가량의 봉지면을 기준으로 삼아서 해봤다.

직접 세어본 가닥수는 70가닥이었으며 끓인 후 한 가닥의 길이는 약 60cm였다.

탄력 있는 라면 한 가닥을 줄자로 재려니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1개의 라면은 총연장 42m의 '작지만 큰 거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