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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 모르핀을 찾는다

낚시천국 2018. 1. 15. 14:14




양식장에서 기른 산천어, 송어, 빙어를 풀어놓고 얼음낚시나 맨손으로 잡는 겨울축제가 대표적인 겨울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축제에서만 매일 산천어 수만마리를 탐방객의 ‘손맛’을 위해 풀어놓는다.

이런 체험 활동은 여름철 어촌의 방어·자리돔 등 각종 바닷물고기 잡기와 자연학교의 미꾸라지·메기 잡기로 이어진다.


이런 행사가 자연과 접하기 힘든 도시 아이나, 자연 속에서 놀던 추억을 간직한 어른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고,

자연에 대한 잊힌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할 것이다.

러나 생명체인 물고기를 이렇게 다루는 것이 불편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최수경 금강생태문화연구소 숨결 소장은 “인간이나 미물이나 생명은 존중되어야 하는데 도구화되고 있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가축처럼 물고기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일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유럽연합은 가축에 이어 수산물 양식을 동물복지의 다음 단계 과제로 삼았다”며

“물고기를 ‘물에 사는 고기’로 치부해 학대하는 건 생명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해마다 열리는 산천어축제는 100만명 이상이 참가하면서 대표적인 겨울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얼음낚시와 맨손 잡기 등 물고기를 잡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화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물고기는 사람과 얼마나 다른가

낚시에 걸린 물고기는 고통에 겨워 몸부림치는 걸까, 아니면 그저 동물적 반사행동일까.

고기는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바늘을 뺄 때 얼굴을 찡그리지도 않는다.

어차피 비늘에 덮인 차가운 몸은 포유동물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물고기를 건져 올려 서서히 질식해 죽도록 하고, 손으로 마음껏 움켜쥐거나 산 채로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물고기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머리가 나쁘다는 것 다음으로 물고기에 관한 오랜 상식이다.

뜨거운 물체를 잘못 만지면 사람은 반사적으로 손을 뺀다. 통증을 느끼려면 통각 수용체에 입력된 정보가

뇌 중추에 전달되어야 하고, 이때 아픔을 느낀다. 물고기에게도 입과 머리 등에 통각 수용체가 있지만 포유류 같은 뇌는 없다.


물고기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물고기는 고통을 경험할 만큼 복잡한 뇌 구조(신피질)가 없기 때문에

고통을 느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물고기의 행동, 해부구조, 생리 분야에서 그동안 이뤄진 연구를 보면 학계 대부분은 이미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고 결론을 내렸다.

고기가 대뇌의 신피질은 없어도 뇌의 다른 부위를 통해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련의 실험 결과가 뒷받침한다.

사실 새는 신피질이 없어도 포유류에 필적하는 인지능력이 있음이 드러났다.


동물행동학자 조너선 밸컴은 지난해 번역 출간된 <물고기는 알고 있다>에서 “신경해부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물고기의 통증 인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지느러미가 없다는 이유로 인간의 수영 능력을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물고기는 포유류의 신피질에 해당하는 뇌 영역인 겉질을 통해 학습, 기억, 개체 인식, 놀이, 도구 사용, 협동, 계산 기능을

수행한다”고 적었다.


컬럼 브라운 오스트레일리아 매쿼리대 교수는 지난해 과학저널 <행동과학>에 실린 어류의 인지와 행동에 관한

리뷰논문에서 “물고기도 다른 척추동물과 비슷한 방식으로 고통에 대응한다는 데 학계의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물고기 고통을 증명한 실험들

빅토리아 브레이스웨이트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어류학자와 린 스네든 영국 리버풀대 동물학자는

무지개송어를 대상으로 일련의 중요한 실험을 했다.

입 부위에 벌 독이나 식초를 주입한 송어는 식욕을 잃고 호흡이 가빠지며 주둥이를 수조 벽에 문지르는 행동을 했지만

진통제인 모르핀을 투입하면 이상행동이 사라졌다.


이들은 새로운 물체를 기피하는 행동과 통증의 관계를 보기 위해 빨간 레고 탑을 수조에 넣는 실험을 했다.

보통 송어와 달리 주둥이에 식초를 주입한 송어는 고통 때문에 새것 회피 감각이 둔해졌다. 회피능력은 모르핀 주사 뒤 회복됐다.

스네든은 제브러피시를 이용한 실험에서 물고기가 식초를 주입해 통증이 있든 없든 밋밋한 수조보다 수초와 돌이 놓인

수조를 선호했지만, 밋밋한 수조에 진통제를 뿌리자 통증을 겪는 물고기가 그리로 몰리는 것을 확인했다.


소니아 레이 영국 스털링대 어류학자는 좁은 그물에 갇힌 제브러피시가 ‘열을 받아’ 체온이 2∼4도 상승하는 것을 밝혔다.

감정적 스트레스로 인한 체온 상승은 포유류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반응이다.




동물복지 정책이 달라지나

물고기 고통 논란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고통은 주관적이어서 사람이 물고기가 아닌 한 어떻게 느끼는지 단정적으로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르면 동물복지를 적용하기에 과학적 증거는 충분하다.


미국 수의학회는 2013년 개정한 ‘동물 마취 지침’에서 “물고기가 고통을 느낄 수 있음이 타당하다는 상당한 증거가

축적되고 있다”며 “이들 동물이 실현 가능한 최소한의 통증과 고통으로 신속하게 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물복지에 가장 선진적인 영국은 사람 이외의 모든 척추동물을 적용 대상에 넣는다.


예컨대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양식 물고기의 사육·운반·도살에 다른 가축과 마찬가지 동물복지 기준을 적용한다.

노르웨이는 연어 등 물고기 양식에 동물복지를 적용해 모든 물고기를 도살하기 전 기절시키도록 한다.

나아가 동물복지 대상을 양식에서 수산업 대상 물고기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