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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서초 54회 동창회/▶동창회 행사

4050대가 동창회에 열광하는 이유?

낚시천국 2008. 12. 18. 19:08

 

 

 

 

 

2004년 6월24일자 중앙일보 기사에서 퍼옴

 

“동창은 언제나 내 편 … 회사와 달리 솔직한 얘기해 좋다”

“나이는 먹었어도 마음은 예전 초등학교 다닐 때와 똑같아요.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만나는 자체가 좋은 거죠.”
충북 옥천군에 사는 강은자(57·주부)씨는 2년 전부터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강씨는 옥천군 삼양초등학교 19회 졸업생. 그동안 가까운 친구끼리 삼삼오오 만나 오다 2년 전 정식으로 동창회 조직을 꾸렸다.

5월 30일엔 옥천군 한 펜션에 40여 명이 모여 1박을 하며 추억을 되새겼다.

 

각종 동창회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큰 기둥 중 하나다. 그리고 동창회의 중심에는 언제나 4050이 있다.

30대까지는 동창회에 신경을 쓰지 못하다가 40을 넘으면서 동창회를 찾게 되고, 열심을 내게 된다.

4050이 동창회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씨는 “아이들이 성인이 돼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4050이 ‘시간·경제적 여유’를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40대를 넘기면서 남성은 사회적 기반이 잡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여성 역시 자녀가 장성해 교육 문제 등의 압박에서 해방된다.

이조정(48·동두천초 48회)씨는 “여유가 생기다 보니 자연스레 어린 날의 순수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이것이 곧 동창과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기적으로 부모의 사망, 장성한 자녀의 결혼식 등 애·경사를 앞두고 있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김춘근·49·강원 화촌중 21회)”는 점도 작용한다.

 

“4050은 동창회 말고는 특별히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2030대는 싸이월드, 인터넷 동호회 카페 등을 통해 나름의 친목사회를 만들어 나가지만 4050은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기 쉽지 않고,

그동안 속해 있던 커뮤니티는 일·생활이 중심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속에 있는 얘기를 꺼내기 쉽지 않다.

그러나 ‘동창들은 언제나 내 편’이기 때문에 솔직한 얘기를 할 수 있다는 4050이 많았다.

 

고교 평준화 이전 세대는 특히 고교 동창회에 매우 열심이다. ‘남다른 애교심’을 이유로 든다.

후배들에게 미안해서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50대 남성은 “시험을 치르고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학교에 진학한 세대와

추첨으로 들어온 세대의 애교심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교 평준화는 1974년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됐다.

동창회 활성화의 배경에는 인터넷 발전이 있었다. 특히 99년 문을 연 ‘아이러브스쿨’의 영향이 컸다.

 

아이러브스쿨은 오픈 9개월 만에 실명인증 회원수 300만을 확보하며 전국에 ‘동창 찾기’ 열풍을 불러일으켰으나 수익모델 악화,

내부 조직 문제 등으로 급격히 쇠락했다.

이렇게 되자 동창회는 독자적인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젊은 층 뺨치는 인터넷 카페가 생겼고,

부부 동반 해외여행, 수시로 갖는 번개 모임까지 여러 진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광주 숭일고 25회 동창회는 3년 전 중국 황산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일본 후쿠오카, 올 5월엔 대마도에 부부 동반으로 다녀왔다.

 

모임마다 40여 명이 꾸준히 참석한다. 10여 년 전 산악회로 시작했지만 2004년 9월 동창회 카페를 만들면서 빠른 속도로 팽창했다.

이런 현상은 다른 동창회에도 공통으로 나타난다.

다음카페 동창회 부문 1위인 ‘화촌중 21회 동창회’에는 지난 22일 하루 동안에만 모두 75건의 새 글이 등록됐다.

“점심에 소폭 두 잔을 먹고 들어왔더니 너무 졸린다(아이디 ‘비호’)”는 글이 등록되자 채 5분도 안 돼 “나는 소주 한 병을 먹고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아이디 ‘봉봉’)” “음주 업무는 단속 대상이 아니냐(아이디 ‘코아’)”는 댓글이 따라 붙는다.

 

“일이 잔뜩 밀려있는데 카페에서 나갈 수가 없다(아이디 ‘박용칠’)”는 글에는 “나도 남편이 ‘애들 컴퓨터 많이 한다고 야단치지 말고

당신부터 잘하라’고 한다(아이디 ‘지키미향숙’)”는 댓글이 붙기도 한다. 젊은 층의 소유물로만 여겨졌던 ‘댓글 놀이’와 ‘중독자’가

4050의 인터넷 카페에도 나타난 것이다.

동창회는 단순한 친목에서 벗어나 진화하고 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4050들이 주축이 되다 보니 다양한 활동을 추구한다.

모교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거나 모교 운동팀을 후원하는 것은 거의 모든 동창회 사업 중 하나다.

 

기름 유출 사고 피해를 본 고향에 모여 자원봉사를 펼치는 동창회(충남 해양과학고)도 있다.

전주 전라고 6회 총무 마남일(51·자영업)씨는 “태안반도 기름 제거나 고향 농사철 일손 돕기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동창회로

진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말했다. 

글=이승녕·송지혜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동창회의 성공 여부는 총무 손에 달렸다’.

어느 동창회건 회장보다 총무의 역할이 중요하다. 업무 처리와 자산관리 외에도 회원 연락, 모임 장소 섭외, 초청장 만들기 등이

모두 총무의 일이다. 잘되는 동창회에는 예외 없이 헌신적인 총무가 있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총무를 맡을까. 먼저 폭넓은 인맥을 중시하는 보험·은행·상조·부동산 등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이 헌신하고 시간 투자를 하는 만큼 본인의 업무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광희중 23회 동창회 총무인 최광춘(50·ING생명 잠실지점)씨는 “보험이나 은행원은 사람을 만나고 연락하는 게 주 업무다.

동창회 일을 하면서 신뢰를 쌓다 보면 업무와 연결되기도 한다”며 “동창들에게 연락하는 일도 일반 회사원들에 비해 힘들지 않은 편이다”고 말한다.

동창들의 사생활까지 두루 잘 아는 사람이 만장일치로 총무를 맡는 일도 많다.

졸업생이 40여 명인 강원 홍천고 4회 동창회 총무 김춘근(48·자영업)씨는 1학년 때부터 3년간 줄곧 반장을 맡았다.

 

그는 “40여 명의 아이들과 두루 친하고 이들에 대해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총무가 됐다”고 했다.

리더십이 있고 앞장서길 좋아하는 사람 또한 총무 1순위다. 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청해서 총무를 맡는다.

자신의 노력에 따라 동창회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한다.

 

총무들에게 ‘동창회 활성화의 비법’을 물었다.

먼저 ‘동창들에 대해 많이 아는 것(마남일·51·전주 전라고 6회)’이 기본이다.

직업은 물론 취향, 개인적 근심, 학교 다닐 때의 일까지 기억해주면 첫 모임 참석을 꺼리던 친구도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하게 된다.

일단 참석하고 나면 이후에도 참석할 확률이 높아진다.

둘째는 ‘평소에도 회원들에게 자주 연락할 것(송유승·53·김해 진례중 15회)’. 모임을 코앞에 두고 참석 독려 전화만 돌리는 것보다는

평소에도 자주 안부를 묻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구심점’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광주 숭일고 25회 동창회 총무 최광희(51·동장)씨는 “구심점 없는 동창회 모임은 만나서

밥 먹고, 술 마신 후 헤어지는 모임이 되기 쉽다”고 말했다. 이 동창회는 10여 년 전부터 산악회를 만들어 1년에 12번 정기 산행을 간다.

모든 총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마지막 비법은 ‘돈·자식 자랑 피하기’. 학교를 졸업했을 때만 해도 출발은 비슷했지만

불혹을 넘기는 사이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이 나오게 된다.

동창회 모임에서 누군가 ‘돈 많이 번 이야기’ ‘자식 좋은 대학 간 이야기’ 등을 꺼내면 동창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이렇게 한번 상처받은 사람은 다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