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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풀리는 가족문화/▶가정의 감동

아버지의 도시락

낚시천국 2008. 12. 12. 10:31

아버지의 도시락

아버지에게서 도시락을 건네 받은 향숙이는 몰래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향숙이는 아버지가 싸 주는 도시락이 싫었습니다.
언제나 희멀건 무김치가 든 도시락 뚜껑을 열면 풍기는 시큼한 냄새에
신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자 향숙이는 살짝 교실을 빠져 나와
운동장 한켠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가난이 싫었고 궁상맞은 아버지가 미웠고,
엄마 있는 친구들의 예쁜 도시락이 부러웠습니다.

다음 날 아침
향숙이는 이불 속에 누워 학교에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소풍 날인데
김밥은커녕 희멀건 무김치만 든 도시락을 들고 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향숙아, 오늘 소풍 날이지?
어여 밥 먹고 가. 아버지가 맛있는 반찬 싸 놨다."

맛있는 반찬이라는 말에 향숙이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헤헤" 웃는 향숙이에게 아버지는 웃으며 도시락을 건네주었습니다.

소풍길에 향숙이는 맛있는 반찬 생각으로 내내 즐거웠습니다.
기다리던 점심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만큼은 향숙이도 옹기종기 모여 앉은 친구들 사이에 끼어 앉아
자신있게 도시락 뚜껑을 열었습니다.
순간 시큼한 김치 냄새가 콧속으로 훅 풍겼습니다.
얼굴이 벌개진 향숙이는 얼른 도시락을 덮고
언덕길을 달려 내려갔습니다.
아버지를 원망하며 꼭 따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향숙이는 엉엉 울었습니다.

"아버지, 왜 거짓말하셨어요.
냄새나는 김치는 이젠 신물이 난단 말예요."

하고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도시락을 내던졌습니다.
그러자 논일을 갔다 오던 아버지가 안타깝게 외쳤습니다.

"아까워서 어쩌나. 계집애가 자세히 봤어야지.
남들이 빼앗아 먹을까 봐 김치 속에 고기 반찬을 숨겨 두었는데……."

향숙이는 흙 묻은 반찬을 주워 담는 아버지에게 달려가
왈칵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