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집안에서의 효용성이다.
꼭 필요한 사람인지, 있으나마나 한 사람인지, 없는 것이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여성들은 별 문제가 없다. 음식을 해주고, 살림을 하고, 애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때문에 크게 사고 를 치지 않는 한 잘 지낼 수 있다.
문제는 중년 남성들이다.
특히 돈을 벌어다 준다는 이유로 가정을 소홀 히 한 많은 남성들은 자신의 현 위치를 냉정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큰 기업의 CEO 부인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CEO로 거명되는 사람이다.
은퇴 후 무엇을 하고 싶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분은 "그 동안 고생한 부인과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는 답을 했다.
그 기사가 기억나 부인에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 부인은 정색을 하며 이렇게 답했다. "무 슨 말씀이세요. 누가 그 사람하고 세계여행을 가요. 혼자 가라고 하세요.
그렇게 재미없고 혼자 잘 난 맛에 사는 사람과 누가 여행을 같이 다니겠어요"라고 답을 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그 분의 험한 앞날이 눈앞에 그려졌다.
중년이 되면서 변하는 것 중 하나는 집안에서 파워의 실세가 바뀐다는 것이다.
50이 넘어서도 집안에서 파 워맨으로 행세하는 남자는 거의 없다.
아직도 자신이 1인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바보 아니면 그럴 것이라 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 집안 식구들은 그 사람이 은퇴해서 무능해지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지금은 그래도 돈이라 도 벌어오니까 맘에 들지 않아도 참지만 `그 날만' 오면 본색을 드러낼 수도 있다.
권위적으로 행동했던 남자의 말로는 전인권 교수의 '남자의 탄생'이란 책의 다음 대목을 보 알 수 있다.
아버지는 집안에서 절대 권력을 누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허수아비일 때가 많다.
모든 독재자에게 비극이 있듯이 우리 집에서 가장 높은 신분을 차지한 아버지에게도 비극은 있었다.
그 비극은 혼자만 자신 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과 비슷한 비극이었다.
아버지는 우리 집이 실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머리와 입으로만 생각하고 명 령했을 뿐 한 번도 가족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권력은 형식적인 지위나 신분이 아니라 인간관계와 정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집안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아버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흘러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아버지 는 권위만 높을 뿐 실제로는 완전한 무권력자가 되었다.
아버지가 권력이 없다는 사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분명해졌다.
환갑과 칠순을 넘기고 경제적 역할마저 축소되자 아버지는 말 그대로 우리 집의 왕따 신세 가 되었다.
이 세상에 아버지를 의도적으로 왕따 시키는 가족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것이 현재 우리 집의 엄연한 현실이다.
대신 어머니와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통속이 되어 어머니 공간을 더욱 풍부하게 했다.
그 같은 조짐은 이미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어머니와 아이들은 함께 얘기를 나누다가 아버지가 나타나면
갑자기 입을 다물고 우르르 자신들의 공간으로 사라지던 일이 그것이다.
이 광경은 아버지의 슬픈 미래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지배하지만 통치하지 않는 영국왕' 처럼
권위 있게 군림했지만 물 위를 떠도는 기름과 같았다. 그 물과 기름은 한 그릇 안에 있었지만 타인처럼 보일 때가 많았다.
그 대신 나머지 가족들은 풍부한 자유 를 누렸다. 이처럼 우리 가족은 언제나 두 개의 가족으로 나뉘어 있었다.
하나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공 식적 가족이요, 다른 하나는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비공식적 모성가족이었다.
이 얘기는 비단 전인권씨의 집안 이야기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그런 분들이 너무 많이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는 얌전하고 내성적인 분이셨다.
거의 권력을 휘두른 적 은 없었지만 돌아가시는 날까지 가족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늘 겉돌았다.
친구들 모임에 나가도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 "한 마디로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어떻게 중년남성이 가정에서 자리매김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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