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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

낚시천국 2016. 8. 11. 13:26

 

 

흔히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깊은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원래 그 말은 전혀 다른 뜻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중국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계획을 세우고 기술자와 인부들을 모은 후에 대역사를 시작했을 때의 일이죠...
어느 젊은 남녀가 결혼하여 신혼생활 한달여만에 남편이 만리장성을 쌓는 부역장에 징용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성을 쌓는 일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징용을 당하면 그야말로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안부 정도는 인편을 통해 알 수야 있었겠지만 일단 부역장에 들어가면 공사가 끝나기 전에는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그 신혼부부는 그야말로 생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부인은 아직 아이도 없는 터라 혼자서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편을 부역장에 보낸 여인이 외롭게 살고있는 외딴집에 어느날 지나가던 나그네가 찾아들었습니다.
남편의 나이쯤 되어 보이는 젊은 사내 한사람이 싸릿문을 들어서며

"갈 길은 먼데 날은 이미 저물었고 이 근처에 인가라고는 이 집밖에 없더군요.

헛간이라도 좋으니 하룻밤만 묵어가게 해 주십시오"하고 정중하게 간청했습니다. 


여인네가 혼자 살기 때문에 과객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할 수가 없었던 이유는

주위의 산세가 험하고 인근에 인가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바느질을 하고 있는 여인에게 사내가 말을 걸었습니다.

"보아하니 이 외딴집에 혼자 살고있는 듯한데 무슨 사연이 있나요?"하고 물었습니다.

여인은 숨길 것도 없고 해서 남편이 부역을 가게 된 그동안의OO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사내는 노골적으로 수작을 걸었고,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여인과 실랑이가 거듭되자 더욱 안달이 났었죠. "이렇게 살다가 죽는다면 너무 허무하지 않습니까?

그대가 돌아올 수도 없는 남편을 생각해서 정조를 지킨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아직 우리는 너무 젊지 않습니까?

내가 당신의 평생을 책임질테니 나와 함께 멀리 도망가서 행복하게 같이 삽시다."

사내는 별별 수단으로 여인을 꼬드겼으나 여인은 냉랭했습니다. 


사내는 그럴수록 열이 나서 저돌적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여인은 깊은 야밤에 인적이 없는 이 외딴집에서 절개를 지키겠다고 자기 혼자 저항한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일단 사내의 뜻을 받아들여 몸을 허락하겠다고 말한 뒤,

한 가지 부탁을 들어달라고 조건을 걸었습니다. 


귀가 번쩍 뜨인 사내는 어떤 부탁이라도 다 들어줄테니 말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남편에게는 결혼식을 올리고 잠시라도 함께 산 부부간의 의리가 있으니,

그냥 당신을 따라나설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그러니 제가 새로 지은 남편의 옷을 한 벌 싸 드릴테니 날이 밝는대로 제 남편을 찾아가서

새옷으로 갈아 입을 수 있도록 전해 주시고 그 증표로 글 한 장만 받아달라는 부탁입니다.

 

어차피 살아서 만나기 힘든 남편에게 수의를 마련해주는 기분으로 

옷이라도 한 벌 지어 입히고 나면 당신을 따라 나선다고 해도 마음이 좀 홀가분해질 것 같습니다.

당신이 제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오시면 저는 평생을 당신을 의지하고 살 것입니다.

그 약속을 먼저 해주신다면 제 몸을 허락하겠습니다." 


여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마음씨 또한 가상한지라...

좋은 여인을 얻게 되었다고 쾌재를 부르며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이게 웬 떡이냐" 하는 심정으로 덤벼들어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해 욕정을 채운 후 골아 떨어졌습니다. 

 사내는 아침에 여인이 자기를 흔드는 기척에 단잠을 깼습니다.

 밝은 아침에 여인을 보니 젊고 절세의 미모에다

고운 얼굴에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니 그야말로 양귀비와 같은 천하미색이었습니다. 


사내는 저런 미인과 평생을 함께 살 수 있다는 황홀감에 빠져

간밤의 피로도 잊고 벌떡 일어나서 어젯밤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길 떠날 차비를 했고,

여인은 사내가 보는 앞에서 장농속에서 새 옷 한 벌을 꺼내 보자기에 싸더니 괴나리 봇짐에 챙겨주는 것이었습니다.

 

사내의 마음은 이제 잠시라도 떨어지기 싫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와서

여인과 평생을 해로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길을 걸었습니다.
드디어 부역장에 도착하여 감독관에게 면회를 신청하면서

옷을 갈아 입히고 글 한 장을 받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감독관이 "옷을 갈아 입히려면 공사장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한 사람이 작업장을 나오면 그를 대신해서 다른 사람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옷을 갈아 입을 동안 당신이 잠시 교대를 해 줘야 가능하다"고 말하자 
사내는 그렇게 하겠노라 하고, 여인의 남편을 만난 사내는

관리가 시킨대로 자기가 대신 부역장에 들어가고 그에게 옷보따리를 건네주었습니다.

남편이 옷을 갈아 입으려고 보자기를 펼치자 옷 속에서 편지가 떨어졌습니다. 

 

"여보, 당신의 아내 해옥입니다.

당신을 공사장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이 옷을 전한 남자와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이런 연유로 외간 남자와 하룻밤 같이 자게 된 것을 두고

평생 허물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서시면 이 옷을 갈아입는 즉시 제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시고,

혹시라도 그럴 마음이 없거나 허물을 탓하려거든 그 남자와 교대해서 공사장 안으로 다시 들어가십시오." 


남편은 아내가 자기를 부역장에서 빼내기 위해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지냈다는 고백을 들었지만

그것을 용서하고 아내와 오손도손 사는 것이 낫지 어느 바보가 평생 못나올지도 모르는 부역장에

다시 들어가서 교대를 해주겠는가?

남편은 옷을 갈아 입고 그 길로 아내에게 달려와서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이거야말로 하룻밤 자고 만리장성을 쌓은 것 아닙니까?

 

하고많은 세상사에서 이처럼 다른 사람이 나 대신 만리장성을 쌓아준다면 다행한 일이겠지만

어리석은 그 사내처럼 잠시의 영욕에 눈이 어두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의 만리장성을 영원히 쌓아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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